원홍희 ISMB03 (호주, Brisbane)를 다녀와서 with 시호

 

2003년 6월 28일 오전 11시 경에 도쿄, 나리타행 비행기를 탔다. 처음 외국 학회에 참석하는 거여서 설레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이것저것 걱정도 되었다. 출발 전부터 많은 우여 곡절(?)을 겪었기 때문에 비행기가 인천 공항을 떠날때는 안도의 한숨까지 나왔다. 병무청에서 허가서 받고, 여권 신청하고, 미국 비자 미리 받겠다고 (7월20일 미국 IJCNN학회 참석을 대비해서), 미국 대사관에 여권 맡겼다가 생각보다 늦게 나와서 가슴 조리기도 했었고... 아침에 공항에서 티켓팅하는데 호주비자가 없다고, 티켓팅해주는 여자가 항공사에 전화해서 막 모라 그랬지. 다행히도 호주가 전자비자니 망정이지, 정말 큰일날 뻔했다. 미리미리 준비하고 확인에 확인을 해야함을 새삼깨달았다. Top 항공사 XXX씨 조심해야겠다.

 

다음날 6월 29일에 호주, 브리즈번에 도착했다. 브리즈번 시내까지 짐차를 타고 바깥 풍경을 보면서 우리가 묵을 IBIS 호텔을 향해 갔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ibis는 브리즈번에서 자주 보게되는 새의 이름이었다. (이 놈이 휴지통에 맥도날드 햄버거 포장지를 보면 긴 부리를 이용해서 안에 든 음식을 빼먹는 무서운 놈이었다.) Check-in을 하고, 짐을 풀고, 시내로 나갔다. 점심으로 간단하게 맥도날드 빅맥을 먹고, 바로 학회가 열리는 conventional centre로 갔다. 등록을 하고 잠시 숨을 돌리고, poster를 setup했다. 다른 외국인들은 다들 검정색의 둥글고 기다란 통(흔히 미대생이나 건축과 학생들이 매고 다니는)을 매고 다녔는데, 포스터를 전지만한 크기로 준비해놓고 그걸 넣어둔 통이었다. (우리 연구실도 이제 전지만한 포스터와 검은 통을 준비해둬야 겠다.)

 

그로부터 몇일간은 낮엔 열심히 학회장에서 presentation도 듣고, poster session도 참가하며 보냈고, 밤엔 다음 날의 스케쥴 정리가 끝나는 데로 시내 구경을 했다. 논문에서 이름으로만 보던 유명한 학자들의 얼굴을 직접 보니 왠지 신기했다. Keynote talk에서 흥미로운 주제도 접하기도 했으나, 잘 모르는 주제도 많았을 뿐더러 알아듣기 힘들 정도로 빠른 native 영어를 구사했기 때문에 이해가 쉽지 않았다. (역시나 새삼 느낀건 English!!! 중요하다.) 이러한 어려운 점에도 굴하지 않고, 참가할 수 있는 건 되도록 참가하겠다는 굳은 의지로 presentation session을 참가하였다. Session 중간 중간에 학회에서 제공하는 점심식사 및 간식이 압권이었다. (우리나라 학회에서 제공하는 녹차, 커피, 비스킷은 상대가 안되었다.) 대부분 요리사가 직접 만듯 것처럼 보이는 샌드위치 및 요리, 통째로 갖다 놓은 음료수 냉장고 안의 다양한 음료, 주스들(사실 몇 개를 가방에 챙겨서 유용하게 사용하였다.<-시호의 가방이 커서 도움이 컸음) 이 사실을 안 후로부터는 특히나 더 열심히 학회에 참석할 수 있었다.

 

시내 구경은 conventional centre 근처에 있는 south-bank 공원부터 시작했다. 시내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으며, 잔디밭도 넓고 사람들도 여유롭게 햇살을 즐기는 곳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잔디밭에서 얘기를 나누거나 누워서 책을 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주변에서는 인라인이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도 많았으며, 그 모습이 마음을 편하게 해주었다. South-bank 내부에 조그마한 인공 beach도 있었는데, 겨울이라는 날씨를 무색하게(브리즈번은 그 때 당시 햇살도 나고 따뜻했음) 비키니를 입은 사람들도 많았으며, ibis들이 물위에 떠서 노닐고, 그 옆에서 사람들은 수영하고 공놀이 하는 등 이색적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South-park 위쪽으로 식물원이 있었는데, 식물원이라기 보다 나무가 많은 공원 쯤으로 볼 수 있었다. 오랜 비행 시간에 따른 피곤과 오후의 나른함을 달래기 위해 잔디밭에서 한숨 자고 일어났다. 저녁에는 카지노란 곳에 생전 처음으로 발을 들여놓았는데, 생각보다 무서운 곳은 아니었다. 특이한 것은 카지노에서 중국인들이 돈, 즉 chip을 몇 백불씩 쌓아놓고 하는 모습이었다. 그게 다 주윤발이니 장국영이니 하는 애들이 도박 영화로 물들여 놓은 게 아닐까 생각했다. 나중에 알았지만, china town에 중국 부자들이 많다고 했다.

 

그렇게 몇 일 동안을 conventional centre에서 열심히 학회에 참석하고, 저녁에 시내를 구경하는 일을 하다 보니 슬슬 거리가 낯도 익고, 여러 가지에 익숙해질 수 있었다. 짧은 시간에 나름대로 정이 든 것 같은 마음이 들었으며, 학회가 끝나고 시드니에서 보낸 시간들도 한편의 추억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처음 참석하는 외국학회이다 보니 준비도 부족했고, 가서 얻은 것도 생각했던 것만큼 크지 않았으나, 새로운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사실 학회 참석의 중요한 부분 중에 하나라고 생각했었던 '사람 사귀기'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소 아쉬움을 남겼으며, 우리가 발표하는 부분과 관련이 높은 논문이 적어서 또한 아쉬움을 남겼다. 다음 학회 참석에는 이번 호주학회 참석 경험을 거울 삼아서 보다 의미 있는 경험이 되도록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