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C 03'을 다녀와서(2003.12)

나의 두 번째 해외 학회는 진화연산에 관한 학회로, 학회 이름은 CEC(Congress on Evolutionary Computation)03‘ 이고 호주의 수도 캔버라에서 열렸다. 저번의 IJCNN은 포스터 발표였던 것에 반하여 이번에는 구두 발표를 하게 되어 더욱 긴장되는 학회였다. 가는 길은 인천-홍콩-시드니-캔버라였다. 홍콩 공항에서 환승을 하려고 기다리는데, 어떤 여자가 오더니 막 쏼롸쏼롸 중국어로 말을 걸었다. 내가 “워쓰 한궈런(我是 韓國人)”이라 말을 해주었더니, 그 사람은 더욱 신이 나서 막 중국어로 물어봤다. 하지만 나는 이미 내가 아는 중국어의 반이나-_-;; 말한 상태였기 때문에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그러자 그 사람은 영어로 묻기 시작하였고, 진혁이의 도움으로 겨우겨우 대답하였다. 그사람은 홍콩 공항의 조사원으로서 대략적인 질문의 내용은 내용은 홍콩에서 경유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외국엔 왜 나가는지, 홍콩엔 몇 번째 와보았는지 하는 것이었다.

시드니는 리우 데 자네이로, 나폴리와 더불어 세계 3대 미항으로 불리는 아름다운 항구도시인데 착륙 직전에 비행기 위에서 잠깐 본 모습은 그다지 아름답게 느껴지지 않았다. 다시 환승하여 캔버라에 갔는데 그곳에서는 한적하고 여유로운 시골의 버스정류장 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더운 날씨와 파리가 우리를 반겨주었지만, 모기가 없는 것은 천만 다행이었다. 숙소에서 여정을 풀고 잠시 있으니 호주 AI학회를 먼저 들리신 교수님이 오셨고, 우리는 잠시 후 캔버라 시내로 나가 교수님이 사주신 맛있는 저녁식사를 하였다. ^_^ 숙소에서 시내까지는 걸어서 약 20분 정도 걸렸는데, 수도임에도 길이 여유롭고 한적해서 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학회장은 캔버라 중심가의 릿지 호텔이었고, 월요일부터 학회에 대한 강행군이 진행되었다. 관심있는 세션과 논문이 많이 있었는데, 한 가지 매우 아쉬운 점은 영어가 예전보다 안들렸다는 것이다. 발표 자료와 띄엄띄엄 들리는 단어를 조합해서 겨우 이해하는 수준이었다. 영어공부를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마구마구 먹었고, 특히 듣기를 매우 많이 연습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저번 IJCNN때도 느낀 것이지만, 학회를 가면 세계 곳곳의 영어를 들을 수 있다. 미국의 표준영어부터, 중국 영어, 인도 영어, 일본 영어, 유럽 영어 등등.. 어떤 세션에는 일본 사람들만 있었는데, 그냥 아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약간은 장난하는 식으로 진행되어서 조금 아쉽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일본 사람들은 매우 뛰어난 발표를 하기도 하였다. 영어권 나라의 발표자 중에는 듣는 사람을 고려해서 천천히 발표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속사포를 쏘듯이 영어를 뱉어내는 발표자도 있으므로, 발표자의 스타일에 따라 듣기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다. 첫날과 둘째 날에 진혁이의 발표가 있었고, 교수님과 나의 발표는 목요일이었다. 스크립트를 열심히 외워서 수요일 밤 숙소에서 교수님과 진혁이 앞에서 리허설을 하였고, 몇 가지 지적사항을 마음에 새겨 목요일 발표 때는 최선을 다해 발표했다. 그러나 무조건 외워서 했기 때문에 마치 국어책을 읽는 느낌이어서 그러한 점이 아쉬웠다.

금요일 오전에 교수님, 진혁이와 함께 호주 자연사 박물관을 관람하였다. 박물관은 아름답게 꾸민 인공호수를 따라 쭈욱 걸어가니 나왔으며 무료로 입장할 수 있었다. 박물관을 둘러보며, 호주는 자국민 복지를 위하여 신경을 많이 쓰는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캔버라 중심가의 식당에서 맛있는 점심을 먹고 다시 숙소로 돌아와 짐을 챙겨 공항으로 갔다. 잠시 기다리다 시드니로 왔으며, 저녁에 교수님은 먼저 서울로 떠나시고, 나는 진혁이와 함께 시드니에 머물렀다. 그곳에서 탄 전철은 2층이어서 신기했지만, 운임은 우리나라 돈으로 1만1천원을 약간 상회하였는데, 너무 비싸서 다시는 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시드니에서는 진혁이가 아는 곳에 신세를 지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너무 대접을 잘 받은 것 같다. 마치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눈앞에서 보는 듯 하였고, 느낀 점이 많았다. 금요일 밤 그분의 도움으로 도심의 야경을 보았는데, 그제서야 시드니에 온 기분이 났다.

토요일에는 그곳(시드니의 Paramatta) 근처의 공원을 잠시 둘러봤는데, 자연적인 아름다움을 많이 느낄 수 있었고, 그 나라가 조금 부럽기도 하였다.

저녁때는 시드니에 유학간 친구를 잠시 만나서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출장을 마치고 집에 도착하니 역시 한국이 최고이고 집이 최고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종종 해외에 나가 견문을 넓히고, 또 새로운 것을 느끼고 오는 것은 항상 좋은 경험이 되는 것 같다. 다음에 또 나갈 기회가 되면, 그땐 제대로 듣고 와야겠다.

전체적으로 다시 한번 생각해보니, 이번 학회를 통하여 느낀 점은 영어를 정말 열심히 해야겠다 라는 것과, 연구를 좀더 효율적으로 해야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박사과정에 진학하는 만큼, 연구 자체 뿐만 아니라 팀 전략같은것도 계획을 잘 세워 운영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아쉬운 점으로는 IJCNN때는 친구들을 몇 명 사귀었는데 이번에는 그러하지 못했다는 것과, 물가의 부담이 좀 컸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리 준비를 잘 했으면 충분히 사람들도 사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으며, 그래도 좋은 경험을 하고 온 것은 틀림 없는 사실이다.

궁금한점 : cpark@sclab.yonsei.ac.kr